'세계 최고의 축구 강국' 브라질은 2000년대 세 명의 초특급 스페셜 리스트를 배출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호나우두, 중반에는 호나우지뉴(이름의 뜻이 작은 호나우두), 그리고 후반에는 카카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이름값을 화려하게 떨쳤습니다. 세 명은 모든 면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지구촌 축구팬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세 명의 행보는 서로 엇갈렸습니다. 두 명의 호나우두(호나우두, 호나우지뉴)는 이른 나이에 기량이 퇴보했지만 카카는 지금도 축구천재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올해 27세의 카카는 두 명의 호나우두보다 나이가 어립니다. 하지만 호나우두는 27세가 되던 2003년부터 과체중에 시달리면서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가 서서히 사라지는 단점이 노출되었습니다. 호나우지뉴는 27세였던 2007년에 소속팀 FC 바르셀로나의 벤치워머로 밀리며 본격적인 몰락의 길에 빠졌습니다.
물론 카카도 언젠가 몰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기로 유명한 카카의 몰락을 예상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판단입니다. 카카는 올해 여름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로 이적하면서 팀 전력에 없어선 안될 선수로 떠올랐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브라질 대표팀에서는 호나우지뉴를 밀어내고 에이스로 자리잡으며 조국의 남아공 월드컵 남미예선 1위를 이끌었습니다.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 둥가 체제에 있어 카카의 존재감은 다른 누구보다 우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선수에게 몰락이라는 단어는 익숙치 않습니다.
축구 선수로서 최고의 기량을 맘껏 뽐낼 수 있는 최고의 전성기 시점은 27~28세 입니다. 어떤 선수는 29~30세, 더 나아가 30대 이후에도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을 뽐내는 케이스가 있습니다. 그 부분에서 카카의 특별함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꾸준함'입니다.
카카는 상파울루와 AC밀란, 레알, 그리고 브라질 대표팀에서 꾸준히 기량을 발전시켜 팬들의 사랑을 받던 선수입니다. 그 매력은 앞으로도 윤기있게 빛날 가능성이 큽니다. 들쭉날쭉한 선수보다 꾸준한 선수가 감독의 사랑을 받기 쉬운 축구의 진리처럼, 카카의 매력은 호나우두-호나우지뉴는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카카가 2007년 이후 기량이 저하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카카는 2007년 AC밀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리오넬 메시 같은 또 다른 축구 천재들에게 밀려있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카카는 2007/08시즌과 2008/09시즌에 무리한 출전으로 인한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AC밀란은 카카의 공격 의존도에 치우친 '카카의 팀'과 다를 바 없었으며, 팀 공격에 있어 카카에 기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카카는 무리한 출전으로 잔부상에 시달렸고 2008/09시즌에는 소속팀의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로 UEFA컵(지금의 유로파 리그) 경기를 뛰면서 호날두-메시에게 네임벨류가 뒤쳐졌습니다. 그럼에도 카카는 두 시즌 동안 세리에A에서 각각 15골, 16골 기록했습니다. 이것은 자신의 축구 경력에서 한 시즌 최다골입니다. 비록 네임벨류는 떨어졌지만 기량은 점점 발전했습니다.
그 흐름은 레알에서도 비슷합니다. 카카는 올 시즌 11경기에서 3골 3도움 기록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에 비하면 공격 포인트가 기대에 못미칩니다. 하지만 카카는 미드필더이자 팀 플레이어일 뿐입니다. 호날두의 파괴력을 도와주는 조력자로서, 그 외 동료 선수들의 공격력을 위해 끊임없이 패스를 연결하는 이타적인 활약에 치중 했습니다. 개인 파괴력을 자제하고 내실을 튼튼히 다지는 역할에 눈을 뜬 카카의 아우라는 특별합니다. 그에게 공격 포인트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는 것은 지네딘 지단에게 호나우두의 공격 포인트를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카카는 극심하게 부진한 경기가 손에 꼽을 만큼 적습니다. 특히 AC밀란과 브라질 대표팀은 '카카의 팀'과 다를바 없다는 외부의 평가가 따랐고 앞으로는 레알도 그런 과정에 직면할 가능성이 큽니다. 카카에게 있어 레알은 커다란 목표이자 동기부여이기 때문이죠.
그런 카카는 레알의 진정한 에이스로 자리잡기 위해, 레알의 미래를 짊어지기 위해 스페인 도전을 택했으며 자신을 세계 최고의 선수로 키운 AC밀란이라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과체중으로 현실에 지나치게 만족하다 이른 나이에 몰락했던 호나우두-호나우지뉴와는 다른 행보입니다. 카카 입장에서 자신의 꾸준함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서는 동기부여 차원에서 AC밀란보다 레알이 더 나았습니다. 레알은 세계적인 선수들의 집합소이자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팀이라는 매리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카카가 지난 1월 맨체스터 시티 이적을 반대했던것도 이 때문입니다.
브라질 출신 선수들은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자유 분방한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몇몇 특급 선수들은 무절제한 사생활과 훈련 불참, 과체중 등 축구 외적으로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호나우두와 호나우지뉴가 대표사례이며 아드리아누, 호비뉴, 안데르손 그리고 K리그 출신 선수 중에서는 나드손과 제칼로가 그 예입니다. 하지만 카카는 다릅니다. 종교를 믿으며 다른 누구보다 절제된 삶을 살았고 부인과의 순결을 약속했으며 술까지 끊었습니다. 축구선수로서 오랫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 자유 분방한 모습을 자제했습니다.
이러한 카카의 행보대로라면 적어도 몇년 동안 자신의 위치를 확고하게 지킬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서 호나우두-호나우지뉴와 다른 케이스의 길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화려함보다 꾸준함에서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는 카카의 특별함은 앞으로 지구촌 축구계에서 '꾸준함의 표본'이라는 평가를 얻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