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입장에서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이에른 뮌헨행은 아쉬운 일이다. 다음 시즌부터 첼시를 지휘할 사령탑으로 과르디올라 감독을 꼽았기 때문.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을 임시 사령탑으로 채용한 것도 과르디올라 감독을 영입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현장에 복귀할 올해 여름 이전까지는 베니테즈 감독이 블루스를 지휘한다.
현실적으로 베니테즈 감독이 첼시의 정식 사령탑으로 부임할 가능성은 낮다. 첼시 현지 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으며, 지난달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에 실패했고, 페르난도 토레스를 완전히 부활시킬지 장담할 수 없다. 첼시가 그동안 감독을 자주 바꿨다는 점에서 다음 시즌에는 새로운 감독이 블루스의 수장이 될 것이다.
무리뉴 감독, 첼시로 복귀하나?
그런 가운데, 첼시의 전성기를 주도했던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과 관련된 루머가 눈길을 끌고 있다. 잉글랜드 언론 <익스프레스>는 현지 시간으로 22일 무리뉴 감독의 첼시 복귀설을 제기했다. 무리뉴 감독이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게 첼시 복귀를 암시하는 메시지를 전송했다는 보도를 내보낸 것. 두 사람이 과거에 좋은 관계가 아니었던 것은 많은 축구팬들이 잘 알고 있다. 이에 익스프레스는 "언젠가부터 그들의 관계가 수습됐다"고 밝혔다.
무리뉴 감독의 첼시 복귀는 두 가지의 시나리오가 성립되어야 한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의 관계 회복과 더불어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에서 물러나야 가능하다. 전자에 대해서는 익스프레스 기사가 사실이라면 문제되지 않겠지만 후자의 경우 무리뉴 감독 커리어에 흠집이 생길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올 시즌 성적 부진에 의해 경질설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케르 카시야스를 비롯한 레알 마드리드 주축 선수와의 불화설까지 보도되는 실정. 이대로 시즌을 마칠 경우 현 소속팀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여러 팀에서 많은 우승을 달성했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에서는 무리뉴 감독의 프리미어리그 복귀설을 제기했다. 무리뉴 감독도 예전부터 줄곧 프리미어리그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과연 스탬포드 브릿지 리턴이 성사될지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으나 베니테즈 감독의 입지를 놓고 볼 때 결코 현실성이 없는 시나리오는 아니다. 무리뉴 감독은 첼시의 새로운 사령탑이 될 수 있는 잠재적 인물이다.
첼시, 잦은 감독 교체 되풀이하지 말아야
하지만 무리뉴 감독이 첼시로 돌아와 예전처럼 화려한 업적을 달성한다는 보장은 없다. 2000년대 중반과 지금의 상황이 다르다. 첼시는 두 시즌 연속 맨체스터 두 팀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6위에 그쳤다. 예전 같았으면 선수 영입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지만 이제는 유럽축구연맹(UEFA)이 도입한 FFP(재정적 페어플레이) 룰에 의해 인건비에 많은 돈을 지출하기가 부담스럽게 됐다. 올 시즌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탈락에 따른 수익 약화가 예상된다. 어느 감독이 팀을 맡든 세대교체를 완성해야 하는 숙제까지 짊어져야 하는 실정이다.
무리뉴 감독이 첼시로 복귀했다고 가정할 경우,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실패하면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의 다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2007/08시즌 첼시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패하자 그랜트 전 감독을 경질했으며, 지난 시즌에는 첼시가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나폴리 원정에서 1-3으로 패한 것을 빌미로 빌라스-보아스 감독(현 토트넘)을 해고했다. 두달 전에는 첼시가 챔피언스리그 32강 5차전 유벤투스 원정에서 0-3으로 완패하자 디 마테오 전 감독과 작별했다. 이러한 전례라면 무리뉴 감독을 비롯한 그 누구도 결코 예외가 아닐 것이다.
만약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무리뉴 감독과 다시 함께하고 싶은 의지가 강하면 그의 감독 권한을 늘리거나 계약 기간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아무리 세계 최고의 감독이라도 매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수는 없다. 무리뉴 감독의 챔피언스리그 통산 우승 횟수는 2회이며 과르디올라 감독과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도 동일한 기록을 세웠다. 잦은 감독 교체는 첼시 이미지에 안좋은 영향을 끼쳤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에티튜드가 달라지지 않았을 경우 무리뉴 감독의 복귀는 커다란 의미를 남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염려되는 것은 무리뉴 감독의 실리적인 성향이다. 무리뉴 감독은 첼시 시절 수비 지향적인 축구로 재미를 봤던 지도자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FC 바르셀로나 같은 공격 지향적인 축구를 선호했으며 무리뉴 감독의 전술적 성향을 좋아하지 않았다. 무리뉴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는 공격에 비중을 두는 전술을 주로 활용했으나, 프리메라리가의 양극화를 떠올려 볼 때 굳이 실리 축구를 고집할 필요는 없었다. 언젠가 다른 팀에서 본래의 전술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무리뉴 감독을 영입하고 싶다면 그의 전술적 특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선발 출전할 선수를 구성하고 팀 전술을 꾸미는 절대적 권한은 감독이 쥐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잦은 감독 교체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잔혹사는 더 이상 되풀이해선 안된다.(베니테즈 감독은 임시 사령탑이므로) 첼시가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받는, 세계적인 지도자 누구나 지휘봉을 잡고 싶어하는 클럽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보완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