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 것으로 기대되는 팀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본선 7경기에서 미국과 일본, 쿠바 등 금메달 경쟁국들을 꺾고 7연승의 성적을 올리며 금메달의 희망을 본 것.
그 주역엔 대표팀의 세대교체 멤버로 통하는 선수들이 여럿 있다. 한국의 에이스 류현진(21, 한화) 김광현(20, SK)은 대표팀의 ´원투펀치´로 거듭나고 있으며 타율과 홈런 1위의 이대호(26, 롯데)를 비롯 정근우(26, SK) 고영민(24, 두산) 이용규(23, KIA)등 새로운 얼굴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특히 대표팀 막내 김현수(20, 두산)의 존재는 특별하다. 거의 매 타석마다 과감하게 자신의 타격 재능을 마음껏 쏟아내는 열정적인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국제경기 경험을 쌓기 위해 선발보다 대타로 많이 기용되었으나 100% 이상 자기 몫을 해내면서 어느덧 대표팀의 선발 3번 타자로 자리 잡았다.
김현수는 지난 13일 미국과의 9회말 대타로 첫 타석을 맞아 2루 땅볼로 물러났지만 8구까지 가는 끈질긴 타격감으로 상대 투수의 집중력을 흐트렸다. 이는 후속 타자들이 득점을 낼 수 있는 토대가 되면서 팀의 8-7 역전승에 숨은 역할을 했다. 16일 일본과의 9회초에서는 일본의 자랑인 주니치 마무리 투수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한국 승리를 이끄는 역전 안타를 때려내며 한국의 5-3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기세를 이은 김현수는 대만전과 쿠바전, 네덜란드전에서 선발 3번 타자로 출전하여 매 경기 2안타씩 기록했다. 현재 팀 내 타율 0.421(19타수 8안타)로 이대호(0.429)에 이어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대표팀에서 눈부시게 성장한 선수로 이름값을 떨쳤다. 올림픽 이전에 야구 전문가들이 대표팀의 약점으로 거론했던 기존 3번타자의 아쉬운 활약상을 김현수가 자신의 타격감을 앞세워 그 불안함을 잠재웠다.
이렇게 김현수의 팀 내 입지가 대타에서 선발 3번 타자로 ´단숨에´ 올랐던 그 원동력은 과거의 아픔을 잊고 야구에 몰두하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신일고 3학년이었던 2005년 아시아청소년 대회에 출전했지만 유일하게 프로팀의 지명을 받지 못해 절망에 빠졌다. 그러나 2006년 두산의 신고 선수로 입단해 야구에 매진했고 그 결과는 지금에 이르러 꽃을 피우게 됐다.
김현수는 1군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지난해부터 타격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올해 프로야구에서 타율 0.344(1위) 116안타(1위)의 놀라운 성적으로 ´연습생 신화´을 쓰며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했다. 일부에서는 국제 경기 경험 부족을 문제삼아 엔트리 합류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지만 김현수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실력으로 자신의 타격 재능을 증명하며 야구 대표팀의 본선 7연승을 공헌했다.
이 같은 김현수의 활약은 1990년대 초반 오릭스 블루웨이브(현 오릭스 버팔로즈)의 연습생으로 입단해 미국 메이저리그의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한 스즈키 이치로(35, 시애틀 매리너스)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김현수와 장종훈(한화 코치) 등이 연습생 출신의 스타 계보를 썼다면 이치로는 눈물 젖은 무명 시절을 이기고 일본 프로야구의 ´연습생 신화´를 쓴 대표적인 주인공이다.
고교 시절의 이치로는 김현수처럼 프로 팀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날씬한 체격과 파워 부족 때문에 그를 주목한 프로 팀이 없었기 때문. 그러나 이치로는 오릭스의 연습생으로 입단해 새벽 2시까지 연습을 거듭했고 손바닥이 터질 정도로 1천 번 이상 스윙 연습을 거듭한 끝에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로 우뚝 서게 됐다.
공교롭게도 김현수는 이치로와 똑같은 우투좌타 외야수이자 타격감이 뛰어난 선수들이다. 김현수가 올해 20세의 나이로 타율, 최다안타 1위를 기록해 앞으로의 밝은 가능성을 알렸다면 이치로는 7년 연속(1994~2000년) 일본 퍼시픽리그 타격왕과 6년 연속(2001~2006년) 미국 아메리칸리그 최다 안타 1위 등 여러가지 값진 성과를 일궈낸 베테랑이다.
김현수는 지난 4월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선물로 이치로의 자서전을 봤다. 그 책을 보면서 타자가 타석에서의 적극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며 이치로의 재능을 자신의 장점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을 고백했다. 이 같은 자신의 오름세를 잃지 않는다면 한국 야구의 ´대들보´이자 이치로와 같은 독보적인 존재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김현수는 한국 야구 대표팀의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한 ´다크호스´ 같은 존재. 올해 20세의 나이에 연습생 신화를 쓴 김현수의 거침없는 타격감이 꾸준히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