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27일 뉴캐슬전에서 1-1로 비겼습니다. 후반 4분 웨인 루니의 왼발 슈팅을 스티븐 테일러가 걷어냈으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리바운드로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후반 19분에는 뎀바 바가 페널티킥 동점골을 터뜨렸으나 실제로는 오심입니다. 뉴캐슬의 벤 아르파가 맨유 박스 안쪽을 쇄도했을때 리오 퍼디난드가 태클을 했었는데 발의 방향이 볼쪽으로 향했습니다. 신체 접촉 이전에 태클로 볼을 걷었기 때문에 파울이 아닙니다. 선두 맨체스터 시티를 따라잡아야 하는 맨유에게 억울한 상황입니다.
맨유는 뉴캐슬전에서 운이 따르지 못했습니다. 슈팅 29-8(유효 슈팅 7-5, 개) 점유율 60-40%의 압도적인 우세를 점했음에도 1골에 만족했습니다. 뎀바 바에게 동점골을 내준 이후에 무수한 슈팅을 날렸지만 뉴캐슬 골키퍼 팀 크룰 선방에 막혔고, 상대팀 선수들의 육탄 방어를 극복하지 못했고, 애슐리 영의 슈팅이 골대를 맞추는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여기에 심판의 오심으로 페널티킥 동점골을 내주면서 승점 3점 획득을 놓쳤죠. 더 아쉬운 것은, 맨유 공격력이 효율적이지 못했습니다.
맨유, 이제는 '꾸역꾸역' 벗어날 때
흔히 맨유의 경기력을 두고 꾸역꾸역이라는 말이 잘 쓰입니다. 뉴캐슬전에서는 에르난데스가 선제골을 터뜨리기까지 힘겹게 경기를 풀어갔죠. 경기 내용에서 뉴캐슬에게 밀린 상황에서 뜻하지 않게 골을 넣었습니다. 에르난데스의 리바운드 골 과정까지 아슬아슬했죠. 루니의 프리킥이 뉴캐슬 선수에게 막혔고, 다시 루니가 왼발로 강슈팅을 날리면서 테일러의 몸을 맞았던 볼이 에르난데스쪽으로 굴절 됐습니다. 만약 맨유가 1-0 승리를 지켰다면 전형적인 꾸역꾸역 모드를 굳혔겠죠. 하지만 뉴캐슬전 무승부는 승점 3점 획득에 있어서 꾸역꾸역으로는 부족했음을 깨닫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뉴캐슬이 맨유를 이길려고 준비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경기 시작부터 맨유 미드필더들과 공격수들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최전방으로 향하는 볼 배급이 빨리 진행됐습니다. 특히 미드필더들이 수비시 커버 플레이를 강화하면서 맨유의 공격 템포를 제어했습니다. 전반전 점유율까지 대등했었죠. 최전방에서 뎀바 바와 장단을 맞출 공격 옵션의 폼이 좋았다면 맨유가 어려운 경기를 펼쳤을 것입니다. 비디치가 수비진에서 버텨주면서 실점 위기 상황을 모면했죠. 주중 벤피카전에서는 비디치 결장 여파로 2실점을 허용하는 수비 불안에 시달렸지만 뉴캐슬전은 비디치의 존재감이 컸습니다.
반면 공격에서는 아쉬움에 남았습니다. 특히 애슐리 영의 부진이 컸습니다. 경기 내내 부정확하고 완만한 크로스를 남발하며 맨유 공격의 효율성을 떨어뜨렸죠. 전반 중반까지 왼쪽 윙어로 뛸때는 뉴캐슬 오른쪽 풀백 심슨에게 봉쇄 당했습니다. 전반 30분 무렵부터 나니와 스위칭을 했으나 오른쪽 공간에서 파비우와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공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후반전에는 왼쪽 윙어로 돌아왔지만 크로스 및 패스 미스는 여전했습니다.(49개 패스 중에 17개가 부정확 했습니다.) 상대 수비를 제낄려는 마음보다는 볼을 띄우기에 급급했던 경기력 이었습니다. 나니가 후반전에 분전했던 것과 정반대였죠.
에르난데스는 루니에게 확실한 공격 지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몇차례 패스미스를 범하면서 연계 플레이가 떨어지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연계 플레이는 지난 시즌부터 나타난 단점이지만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성장하려면 골 생산-위치선정으로는 부족합니다. 지금보다 장점이 풍부할 필요가 있죠. '이타적인 에르난데스'였다면 루니에게 골 기회를 찔러주는 공격 장면이 연출되었을 것입니다. 루니가 뉴캐슬전을 비롯해서 최근 6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졌지만(중앙 미드필더로 뛰었음을 감안해도) 경기 내용 및 컨디션에서는 맨유 공격 옵션중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쉐도우로서 때로는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겸하며 맨유의 패스 활로를 열어줬죠. 그런 루니가 골을 넣으려면 때로는 에르난데스가 도와줄 수 있어야 합니다.
'맨유의 대표적 문제점'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던 캐릭-긱스의 경기력은 여전히 불안했습니다. 애슐리 영 같은 최악의 경기력까지는 아니었지만 뉴캐슬의 강한 압박에서 벗어나려면 부지런히 움직였어야 합니다. 한쪽 측면이 기능을 상실한 상황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들이 미쳐줘야 하는데, 긱스는 후반들어 체력 저하에 시달렸고 캐릭이 경기 흐름을 조절하지 못했죠. 캐릭의 폼은 이전과 비교하면 좋아졌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박지성 같은 유형의 박스 투 박스가 맨유 중원에서 버텨줬다면 경기 내용이 달랐을지 모릅니다.
퍼거슨 감독의 조커 활용까지 아쉬웠습니다. 후반 43분 마케다(교체 아웃 : 에브라) 후반 45분 스몰링(교체 아웃 : 파비우)을 투입했지만 교체 시기가 너무 늦었습니다. 경기를 이기고 싶었다면 후반 중반에 조커를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 했습니다. 애슐리 영 부진, 긱스의 후반전 페이스 저하를 감안할 때 박지성을 조커로 활용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선발 출전 선수들을 너무 믿으면서 박지성 투입 시기를 놓쳤죠. 맨유의 첫번째 교체 대상자였던 마케다는 실전 감각이 부족한 미완의 대기 였습니다. 스몰링 투입은 별다른 의미가 없었죠.
뉴캐슬전에서 나타난 퍼거슨 감독의 선수 운영을 놓고 보면 박지성을 칼링컵(12월 1일,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활용하려는 것 같습니다. 박지성은 맨유의 맨체스터 시티전 1-6 참패 이후에 출전 시간이 많았고, 최근 2경기 연속 결장하면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하지만 맨유는 칼링컵 8강보다 뉴캐슬전이 더 중요합니다. 지역 라이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죠. 맨유가 1골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던 경기 내용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