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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지동원, 선덜랜드에서 골이 필요한 이유

 

지동원이 조광래호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답안은 선덜랜드에서 찾아야 합니다. 대표팀에서 저조한 경기력이 거듭되는 이유는 선덜랜드에서 경기 출전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올 시즌 선덜랜드의 프리미어리그 11경기 중에 8경기 출전했고 모두 교체로 투입됐습니다. 총 출전 시간은 205분이며, 지난 6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전에서는 코너 위컴의 부상으로 전반 4분 교체 출전하면서 86분 뛰었습니다. 그 이전까지 1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은 17분 이었습니다.

[사진=지동원 (C) 선덜랜드 공식 홈페이지 메인(safc.com)]

프리미어리그 선발 출전 경험이 없는 지동원은 선덜랜드의 조커 입니다. 잉글랜드 진출 이전까지는 연령별 대표팀과 전남에서 선발 출전 횟수가 많았지만 선덜랜드에서는 짧은 출전 시간속에서 팀 공격에 활기를 띄우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선발 출전 선수라면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지만 조커는 언제 경기에 투입될지 알 수 없습니다. 지동원은 선발 출전과 조커 사이에서 리듬을 잃었습니다. 더 걱정되는 것은 스티브 브루스 선덜랜드 감독이 지동원을 선발로 투입시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냉정히 말해, 선덜랜드에서 지동원보다 더 좋은 활약을 과시했던 공격수는 없었습니다. 스테판 세세뇽의 공격수 전환은 실패로 돌아갔고, 니클라스 벤트너는 여전히 기복이 심했고, 위컴은 지난달 29일 애스턴 빌라전 골을 제외하면 1군에서 딱히 보여준 것이 없었습니다. 그 결과는 선덜랜드의 득점력 침체로 이어졌습니다. 11경기에서 14골에 그쳤으며 현재 성적은 15위(2승4무5패) 입니다. 브루스 감독이 현지에서 경질 압박을 받는 이유죠. 그래서 벤트너-세세뇽 투톱을 활용했는지 모릅니다. 실전 경험에서는 지동원-위컴이 두 선수에게 밀리는 것이 사실이죠.

때로는 브루스 감독이 지동원을 꾸준히 선발로 활용했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아무리 지동원이 최근 대표팀에서는 부진했지만 선덜랜드에서의 폼은 좋았습니다. 선덜랜드에서 자리잡기 위해 노력하는 의지가 경기력에서 나타났죠. 하지만 브루스 감독이 지동원을 선발로 기용하지 않았던 이유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미들즈브러 시절의 이동국, 지금의 박주영처럼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빠른 템포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동원이 조커로서 나쁘지 않은 경기를 펼쳤지만, 붙박이 주전을 보장받으려면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맨유전 86분 출전이 좋은 경험이 되었겠지만요.

그럼에도 지동원의 대표팀 문제점으로서 브루스 감독만을 탓할수는 없습니다. 브루스 감독도 나름의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동원 스스로 달라져야 합니다. 선덜랜드에서 제한적인 출전 시간을 얻고 있지만 그 이상의 열정을 발휘하면 언젠가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모든 감독은 열심히 하는 선수를 선호하기 때문이죠. 붙박이 주전으로 인정받으려면 그것에 걸맞는 임펙트가 필요합니다. 경기 내용에서 힘을 실어주는 것도 좋지만 대표팀을 생각해서라도 조커에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지동원은 골이 필요합니다. 본래 득점력이 부족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공격수는 골이 중요합니다. 선덜랜드 같은 중위권과 하위권을 오가는 팀이 지속적으로 승점을 획득하려면 공격수의 골 역량이 중요합니다. 지금의 선덜랜드는 득점력이 뛰어난 공격수가 존재하지 않으며 팀의 골 생산이 지지부진 합니다. 지동원은 선덜랜드의 현실적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골에 강한 인상을 브루스 감독에게 심어줘야 팀 내 입지를 올릴 수 있습니다.

일례로, 세세뇽은 지난달 16일 아스널전까지 공격수로서 8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렸습니다. 그 이후 볼턴전, 애스턴 빌라전에서 윙어로 전환하면서 1골씩 추가했습니다. 공격수 체질이 아니었음을 파악하게 됩니다. 위컴은 맨유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당분간 경기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며, 벤트너가 기복을 타는 것은 선덜랜드가 인내해야만 합니다. 더욱이 벤트너는 아스널에서 임대됐습니다. 3명 모두 믿음직스런 선수들이 아니죠. 지동원에게 프리미어리그 선발 출전 기회가 없었지만 지금의 소속팀 상황이 비관적인 것은 아닙니다. '선덜랜드에서 할 수 있다'는 마음을 품으면 머지않아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거라 기대됩니다.

지동원이 박스 바깥보다는 안쪽에서 골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타겟맨보다는 쉐도우가 어울리는 선수로서 기본적으로 박스 바깥에서의 움직임이 많을 수 밖에 없지만 먼 거리에서 슈팅을 날리기에는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박스 안에서 골 생산을 보장 받으려면 몸싸움이 받쳐줘야 합니다. 전남 시절 몸싸움에 약점을 드러냈던 아쉬움이 있지만, 오히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강력한 피지컬과 파워를 자랑하는 수비수들과 맞부딪치면서 '강해져야 한다'고 자극받을지 모릅니다. 그 경험이 쌓일수록 거친 몸싸움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노하우를 키울 것입니다. 경기력에서 발전된 자세를 보일수록 골을 넣을 기회가 찾아올지 모릅니다.

내년 2월 29일 A매치 쿠웨이트전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습니다. 당분간 선덜랜드에 전념하게 됐습니다. 이제는 선덜랜드의 믿음직한 공격수로 거듭나기 위한 승부수를 띄워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직까지는 선덜랜드의 교체 멤버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반전의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미 위컴에게 선발 출전 기회가 주어졌는데 지동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법은 없습니다. 선덜랜드에서의 거침없는 질주가 대표팀 공격력 향상으로 이어질지 앞날의 활약이 기대됩니다.